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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인정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 '드림'

by Seulgirok 2025. 12. 30.
 
 

목차

1. 희망: 미래를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현재를 견디게 하는 태도

2. 인정: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이는 시선

3. 관계: 서로를 구원하지 않지만 혼자가 되지 않게 만든다

 

영화 드림 포스터
영화 드림

 

개요 : 코미디 · 대한민국 / 125분

개봉 : 2023. 04. 26

감독 : 이병헌

주연 : 박서준(윤홍대), 아이유(이소민) 등

 

영화 '드림(2023)'은 노숙인 축구 국가대표라는 특수한 설정을 통해 스포츠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본질은 승리나 감동보다 사회가 주변부 인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패한 사람들의 재도전이라는 익숙한 구조를 차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단순한 성공담으로 흐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브레이크를 건다. 드림은 희망을 약속하지 않으며, 인정은 쉽게 주어지지 않고, 관계는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로 유지된다. 이 글에서는 영화 드림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를 희망, 인정, 관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하며, 이 영화가 왜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한 감정을 남기는지를 해석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희망: 미래를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현재를 견디게 하는 태도

 

드림에서 희망은 결과로써의 성공이나 보상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노숙인 축구팀이 우승하거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환상을 차단한다. 등장인물들은 이미 수차례 삶에서 밀려난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에게 희망은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오늘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동력이다. 드림은 희망을 감정이 아니라 태도로 묘사한다. 선수들은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자신들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에 참여하고, 규칙을 지키고, 경기에 나선다. 이 반복은 희망이 낙관이 아니라 습관에 가깝다는 점을 드러낸다.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현실의 무게를 함께 보여준다.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실패의 가능성은 늘 곁에 있다. 그러나 드림은 이 조건들 속에서도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탐색한다. 희망은 큰 목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통과하겠다는 선택에서 발생한다. 영화는 말한다. 희망은 미래의 보상이 아니라 현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말이다. 이 영화에서 희망은 결코 찬란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다. 드림은 희망을 소비하지 않고, 희망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왜 필요한지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인정: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이는 시선

 

드림이 가장 날카롭게 건드리는 지점은 인정의 문제다. 이 영화에서 노숙인 선수들은 끊임없이 질문받는다. 정말 진지한가, 보여주기용은 아닌가, 도전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심이 따라붙는다. 영화는 이 질문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인정은 성과를 통해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드림 속 세계는 이 기본적인 인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축구 실력 이전에 삶의 실패로 평가받는다. 그들이 무엇을 해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못했는지가 먼저 언급된다. 드림은 이 구조를 통해 사회가 어떻게 인간을 조건부로 인정하는지를 보여준다. 감독 역시 처음에는 이 구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그는 성과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회복하려 하고, 선수들을 수단처럼 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영화는 인정의 방향을 바꾼다.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가 변할 가능성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음을 확인해 주는 일이다. 드림은 이 인식의 전환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숨기지 않는다. 인정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반복적인 태도를 통해 축적된다. 선수들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고, 작은 약속을 지키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모두 이 인정의 실천이다. 이 영화는 말한다. 인정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관계: 서로를 구원하지 않지만 혼자가 되지 않게 만든다

드림에서 관계는 구원의 장치가 아니다. 이 영화는 관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을 거부한다. 감독과 선수들, 선수들 상호 간의 관계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갈등을 동반한다.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고, 신뢰는 반복적으로 시험받는다. 그러나 드림은 바로 이 불완전한 상태를 관계의 본질로 제시한다. 관계는 누군가를 완전히 바꾸거나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혼자가 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연결이다. 이 영화에서 관계는 언제나 조건부로 유지된다. 기대가 어긋나면 실망이 따르고, 실망은 곧 거리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실패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드림은 실패를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특성을 포착한다. 이 관계는 이상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서로에게 큰 희망을 약속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될 수 있다. 감독 역시 선수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정의한다. 그는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버티는 사람으로 남는다. 드림은 이 관계의 형태를 통해 말한다. 관계는 누군가를 끌어올리는 사다리가 아니라,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바닥이라고 말이다. 이 영화는 관계를 감동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고,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감정 노동과 타협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결과 관계는 더 느리지만, 더 오래 남는다.

 

영화 드림은 희망을 약속하지 않는 영화다. 대신 희망이 어떤 조건에서만 겨우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정은 성과가 아니라 시선에서 시작되며, 관계는 구원이 아니라 동반이다. 드림은 이 세 가지 메시지를 통해 말한다. 삶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삶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영화가 남기는 감동은 승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감동은 실패 속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드림은 조용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말한다. 희망은 결과가 아니라, 오늘을 버티는 방식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