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주토피아' 사회구조와 주디와 닉으로로 본 차별의 메커니즘

by Seulgirok 2025. 11. 14.
 
 

목차

1. 동물 도시 '주토피아'에 담긴 현실 사회의 축소판

2. 주디 홉스의 성장 서사와 무지한 선의의 위험성

3. 닉 와일드라는 캐릭터가 드러내는 사회적 낙인의 본질

 

영화 주토피아 포스터
영화 주토피아

 

개요 : 애니메이션 · 미국 / 108분

개봉 : 2016. 02. 17

감독 :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주연 : 지니퍼 굿윈(주디홉스 목소리), 제이슨 베이트먼(닉 와일드 목소리), 샤키라(가젤 목소리), 이드리스 엘바(보고 목소리), 알란 터딕(듀크 웨셀턴 목소리), J.K. 시몬스(시장 라이언하트 목소리) 등

 

영화 '주토피아(Zootopia, 2016)'는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중 가장 사회적이고 풍자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귀여운 동물들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편견, 낙인, 차별, 권력 구조, 미디어 조작 등의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은유적으로 녹아 있다. 주인공 주디 홉스와 닉 와일드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이 아닌, 사회 속에서 주류집단과 구분되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는 타자와 소수자로써 함께 성장하며 기존 질서를 흔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구조를 중심으로, 주토피아가 보여주는 사회 시스템과 주요 인물의 상징적 의미를 세 가지 측면에서 작성해보려 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동물 도시 '주토피아'에 담긴 현실 사회의 축소판

 

영화 속 ‘주토피아’는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견과 차별이 구조적으로 뿌리내린 사회이다. 겉보기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공존하는 평등한 공간이지만, 과거 포식자였던 육식동물은 무의식적으로 불신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초식동물은 다수의 권력과 도덕적 우위를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은 실제 사회에서 인종, 성별, 출신, 종교에 따라 나뉘는 차별 구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주디 홉스는 토끼로서 경찰이 되는 것이 드문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토끼다운’ 일만 맡게 되며 능력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역할이 제한된다. 이는 성별이나 신체적 조건 등으로 인해 현실에서 직무에 차별받는 현실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반면 닉 와일드는 여우라는 종 때문에 자동적으로 의심받고 배척당하며, 자신도 그런 사회적 시선을 체념한 듯 살아간다. 이는 선입견과 낙인이 한 사람의 정체성과 삶을 어떻게 규정짓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도시 시스템은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분리와 경계를 조장하며, 언론과 정치 세력은 이러한 불안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 ‘주토피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구조의 축소판이며, 그 안에서 편견이 어떻게 유지되고 증폭되는지를 보여준다.

 

 
 

주디 홉스의 성장 서사와 무지한 선의의 위험성

 

주디 홉스는 정의감 넘치고 열정적인 토끼 경찰이지만, 처음부터 완전한 주체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타인을 차별하거나 억압하려는 의도가 없지만,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다. 닉 와일드를 처음 만났을 때도, 주디는 그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은근한 거리감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나는 차별하지 않아”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타인을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주디는 나름대로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언론 브리핑에서 육식동물의 ‘본성’을 언급하며 불안을 조장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가진 편견의 실체를 자각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닉과 다시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 주디의 변화 과정은 ‘선한 의도’만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진정한 공존을 위해선 구조적 이해와 자기반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주디는 영화 속에서 정의의 상징이자, 동시에 무지한 선의를 지닌 다수자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품은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의 성장 서사는 우리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선의로 포장된 편견을 얼마나 자주 무심코 행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닉 와일드라는 캐릭터가 드러내는 사회적 낙인의 본질

 

닉 와일드는 표면적으로는 교활하고 꾀 많은 여우로 등장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상처와 체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여우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다른 동물들로부터 경계심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사회적 시선을 내면화한 닉은 차라리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주겠다’며 체념하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냉소적이고 가벼운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주디와의 관계를 통해 그는 점차 자신을 가두었던 틀을 깨고, 진정한 자존감을 회복해 간다. 닉의 내면 변화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차별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정의하려 할 때마다 사회가 그를 ‘여우답게’ 규정하며, 그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길 강요받는다. 이는 현실에서 소수자들이 겪는 고정된 이미지와 기대,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압박감을 잘 보여준다. 닉은 그런 억압 속에서도 점차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며, 결국 경찰이 되어 주디와 파트너가 된다. 이는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제도와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닉 와일드는 그 자체로 편견에 맞서 싸우는 존재이며, 타자의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 시대 모든 소외된 이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주토피아는 편견, 권력, 낙인, 차별 같은 복잡한 사회적 주제를 동물 사회라는 은유를 통해 쉽고도 깊이 있게 전달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주디와 닉의 관계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사회 구조 속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는 평등과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성찰과 책임을 요구한다. 우리가 진정한 공존의 사회를 원한다면, 먼저 자신 안의 무의식적인 편견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그리고 오는 2025년 11월 26일에 주토피아 2가 개봉한다고 하여 글쓴이도 너무 좋아했던 주토피아였기에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주토피아 1을 정주행 해보고 봐보는 것도 큰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