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엘파바와 글린다를 통해 다시 쓰는 오즈의 세계
2. 뮤지컬에서 영화로 옮겨지며 강화된 감정과 서사 구조
3. 진실이 조작되는 세계에서 정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개요 : 판타지 · 미국 / 160분
개봉 : 2024. 11. 20
재개봉 : 2025. 11. 05
감독 : 존 추
주연 : 신시아 에리보(엘파바),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 조나단 베일리(피예로), 에단 슬레이터(보크), 양자경(마담 모리블) 등
2024년 영화 '위키드(Wicked)'는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여,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을 뒤집는다. 전통적으로 '악의 화신'이라 불리던 서쪽 마녀 엘파바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정의와 편견, 진실의 왜곡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며 시청각적 감동은 확장되고, 감정선과 캐릭터의 내면은 더 섬세하게 드러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소제목1
기존 오즈의 마법사가 도로시의 시선에서 ‘좋은 마녀 vs 나쁜 마녀’ 구도로 단순하게 선악을 구분했다면, 위키드는 그 이분법적 세계관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야기의 중심은 초록 피부를 가진 소녀 엘파바다. 그녀는 오즈 세계에서 차별받고 외면당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정의롭고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의 성격은 직선적이며 감성적이고, 주변의 불합리함에 분노하며 저항한다. 반면 글린다는 전통적인 ‘선한 마녀’의 외형과 이미지를 가졌지만, 초반에는 허영심 많고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마법학교 시절 원치 않게 친구가 되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키워간다. 이 과정은 단지 관계의 발전이 아니라, ‘진짜 선함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성장 서사다. 엘파바가 점점 체제에 맞서게 되는 과정은 ‘악’이 만들어지는 방식, 즉 외부의 왜곡과 사회적 편견에 의해 낙인찍히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녀는 자발적으로 ‘서쪽의 마녀’가 되기로 선택하지만, 이는 패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오즈라는 환상 세계는 더 이상 마법과 모험의 땅이 아니라, 권력과 이미지 조작이 판치는 체제이며, 위키드는 그 안에서 소외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소제목2
위키드는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뮤지컬이지만, 영화화되면서 그 서사 구조와 감정선에는 상당한 변화가 더해졌다. 무대에서는 배우의 몸짓, 조명,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했다면, 영화는 카메라의 클로즈업과 CG, 장면 전환 등을 통해 훨씬 섬세하고 깊이 있게 인물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다. 엘파바의 대표 넘버 ‘Defying Gravity’는 뮤지컬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훨씬 사실적이고 장엄하게 시각화하여 그녀의 내적 결단과 해방감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또한 영화는 뮤지컬보다 더 많은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엘파바와 글린다의 성장 과정, 배경 이야기, 오즈 세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더 풍부하게 풀어낸다. 원작에서는 빠르게 지나갔던 장면들도 영화에서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충분히 호흡을 두고 전개된다. 특히 엘파바가 점차 ‘악’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과정은 영화의 리얼리즘과 연출력을 통해 관객에게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뮤지컬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예술이라면, 영화는 감정을 세밀하게 해부하는 장르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위키드는 단지 시각적 확장이 아니라, 주제의식을 더 깊이 탐구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소제목3
위키드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진실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말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엘파바는 실제로 누구보다 정의롭고 용기 있는 인물이지만, 오즈의 권력자 오즈 대왕과 체제는 그녀를 ‘위협적 존재’로 낙인찍는다.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와 마법 능력을 이유로 두려워하며, 진실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누가 더 크게 말하느냐에 귀 기울인다. 이 구조는 현실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이미지 조작’과 ‘여론 통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메타포다. 영화는 이 과정을 단지 엘파바의 개인 서사로 남기지 않고, 전체 오즈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시킨다. 권력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 정의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위키드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의란 종종 고립되고, 진실은 침묵 속에 묻힌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은 역사 속에서 다시 조명된다는 희망도 잃지 않는다. 엘파바가 오즈의 마녀로 기억될지언정, 관객은 그녀가 단지 ‘악녀’가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선악의 고정 관념을 흔들며, 누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영화 '위키드(2024)'는 기존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을 새롭게 해석하며, 엘파바라는 입체적 인물을 통해 편견, 권력, 정의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뮤지컬의 감동은 영화적 언어로 더 깊고 넓게 확장되었으며, 이는 판타지 장르가 담을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위키드는 단지 악역의 인생이 아닌, 진실과 목소리의 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