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 대한민국, 튀르키예 / 123분
개봉 : 2018. 06. 21
감독 : 잔 울카이
주연 : 김설, 이스마일 하지오글루 등
영화 '아일라(Ayla: The Daughter of War)'는 대한민국과 터키(튀르키예)의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공동제작한 영화이다.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한국군 병사와 터키 전쟁고아 소녀 사이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단순한 전쟁영화를 넘어, 전장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과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고 있어 국내외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 그리고 영화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줄거리로 본 실화의 감동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5년이 지난 1950년 6월 25일 한국의 38선 인근의 한 산골마을, 평화롭던 이곳에 갑작스러운 북한군의 전투기가 날아와 폭탄을 쏟아붓는다. 곧이어 탱크를 앞세운 지산군이 들이닥치면서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무참히 학살당하게 된다. 5살이 된 여자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게 된다. 한편, 지구 반대편에 있는 튀르키예(터키)에서는 25세 청년 '슐레이만' 하사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주인공 '슐레이만'은 부모와 지인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사명감을 가지고 머나먼 한국 땅으로 향했다. '슐레이만'은 긴 항해 끝인 1950년 10월 부산에 도착하게 된다. 어느 밤 기지로 이동하던 '슐레이만'은 매복해 있던 인민군의 공격을 받게 되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타고 왔던 차는 불에 타버리게 되어 숲을 통해 걸어가다가 머지않아 시신들이 있는 참혹한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주위를 살피며 긴장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를 따라가던 '슐레이만'은 시체더미 속에서 울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그런 아이를 차마 두고 갈 수 없는 '슐레이만'은 아이를 데리고 군기지에 도착한다.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슐레이만'과 친구들은 튀르키예어로 달빛이라는 뜻의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전쟁이 길어지자 고아들이 계속 늘어나고 이에 튀르키예 측에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겠다고 했다. '아일라'를 대신 돌보기로 한 부하가 손수 따뜻한 옷까지 만들어 입히며 정성을 다하지만 '아일라'는 계속 '슐레이만'을 따라다닌다. 훈장을 받으러 가는 '슐레이만'의 차량에 '아일라'는 몰래 숨어서 따라가게 되고 그 모습을 본 '콜터' 장군이 '아일라'의 부모를 찾을 때까지 함께 지내도록 허락해 준다. 부대원들 모두 '아일라'를 잘 돌봐주고 최대한 즐겁게 지내도록 힘을 쓰지만 '아일라'는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일라'가 말을 하게 되고 '슐레이만'은 군대용어 밖에 모르는 '아일라'에게 튀르키예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똑똑한 '아일라'는 금방 배워나갔고 말이 통하게 되고 둘의 유대관계는 더욱 깊어져 간다. 그런 '슐레이만'을 '아일라'는 아빠라고 부르고 기꺼이 아빠가 되어준다. 부대 내에서도 아일라는 모든 병사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자리 잡습니다.그로부터 3개월 후, 임무를 마친 튀르키예 군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아일라'를 두고 갈 수 없었던 '슐레이만'은 고국으로 돌아가던 날 큰 가방에 '아일라'를 몰래 넣어 배를 타려고 하지만 들통이 나 무모한 계획은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고향에 돌아와 둘은 헤어지게 된다. 47년이 흘렸지만,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잊지 못한다. 그는 그동안 결혼도 했고, 자녀들도 태어났다. 친딸이 있지만 '아일라' 역시 그에게는 딸이었다. 튀르키예에 대지진이 나지만, 위험한 집안에서 가장 먼저 챙긴 건 '아일라'와 찍은 사진이었다. 계속 '아일라'를 찾고 싶었지만 '아일라'라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 아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일라'와의 약속이 마음 한편에 죄책감으로 자리해 세월을 보냈던 '슐레이만'에게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인터뷰 요청을 한다. '아일라'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슐레이만'은 뭐든 좋았다. 진짜 이름을 알 수 없어 시간이 걸렸지만 방송국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아일라'를 찾게 되었고 '김은자'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 2010년 눈물로 생이별했던 아빠와 딸은 60년이라는 세월 끝에 서울 앙카라 공원에서 감격의 재회를 하게 된다. 실제 재회 당시 '슐레이만'과 아일라 '김연자'씨의 영상이 나오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메시지로 읽는 전쟁과 인류애
‘아일라’는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보살피고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슐레이만'은 전쟁 중 발견한 고아 소녀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걸고 지켜낸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선의를 넘어,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류애를 대변한다. 특히 영화는 ‘국적’이나 ‘언어’ 같은 경계를 넘어서 사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슐레이만'과 '아일라'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감정을 표정과 행동으로 전달한다. 이는 언어보다 더 깊은 인간의 본능적 유대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전쟁이 단지 군사적 충돌이 아닌, 수많은 개인의 인생과 감정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수많은 실화 전쟁영화들이 있지만, ‘아일라’는 이질적인 두 인물이 만들어낸 따뜻한 서사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상징으로 풀어보는 영화의 의미
영화 ‘아일라’에는 여러 상징적인 장면과 설정이 등장한다. 먼저, 영화 제목 ‘아일라(Ayla)’는 터키어로 ‘달빛’을 뜻한다. 이는 전장에서 '아일라'를 처음 발견한 순간, 달빛 아래에서 그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아일라'가 '슐레이만'의 삶에 희망이자 빛이 되는 존재라는 상징성을 품고 있다. 또한 '아일라'가 입고 있던 낡은 옷,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점차 밝아지는 표정들은 전쟁이 개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전쟁고아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아일라'의 변화는 '슐레이만'의 따뜻한 돌봄을 통해 가능했으며, 이는 전쟁 속에서도 ‘관계’가 회복과 치유의 열쇠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둘의 재회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억’의 힘을 상징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서로를 기억하고 다시 만나는 그 장면은 인간관계가 시간과 거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보편적 진리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영화 ‘아일라’는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닌, 인간애와 치유,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부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감동의 깊이가 더하며, 상징적인 요소들을 통해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영화는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도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메시지가 된다. 모두가 꼭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영화 '아일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