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심리: 다이애나의 내면 묘사와 정체성 갈등
2. 현실: 영국 왕실의 억압과 상징성
3. 환상: 상징과 비유로 표현된 해방 서사

개요 : 드라마 · 영국, 미국 / 116분
개봉 : 2022. 03. 16
감독 : 파블로 라라인
주연 : 크리스틴 스튜어트(다이애나 스펜서) 등
영화 '스펜서(Spencer, 2021)'는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허구적 재해석 작품입니다. 왕실이라는 틀 안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단순한 전기영화를 넘어 심리적 상징과 환상을 통해 주인공의 해방을 그립니다. 이 글에서는 스펜서의 줄거리 요약과 더불어 심리적인 서사 구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연출, 그리고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상세히 해석합니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심리: 다이애나의 내면 묘사와 정체성 갈등
영화 '스펜서'는 주인공 다이애나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왕실 별장에서 벌어지는 단 3일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그녀의 심리적 붕괴와 자아 회복의 여정을 치밀하게 따라갑니다.
이 작품은 플롯보다 인물의 내면 상태에 더 집중합니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다이애나의 불안정한 감정, 외로움, 그리고 억압을 담아내며, 그녀가 겪는 공황과 의심, 고립을 시청자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듭니다. 특히 음식 장애, 환청, 의상에 대한 집착 등은 다이애나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유일하게 지배할 수 있는 작은 영역을 의미하며, 그만큼 그녀가 현실을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 하는지를 드러냅니다.
또한 다이애나가 옷장을 열며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체성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왕세자비라는 지위와 현실 사이에서 그녀는 점점 자신을 잃어갑니다. 이 모든 심리적 요소들은 형식미를 통해 표현됩니다. 긴 클로즈업, 흔들리는 카메라, 고요한 배경음과 대비되는 불협화음은 그녀의 내면 불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독 파블로 라라인은 다이애나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녀가 느끼는 고통을 현실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스펜서는 심리극의 전형이면서도, 고요하고도 격렬한 내면 투쟁을 생생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자리 잡습니다.
현실: 영국 왕실의 억압과 상징성
영화 '스펜서'에서 영국 왕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을 억압하는 ‘시스템’의 상징입니다. 영화는 매우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인물들을 배치하고, 그들이 따라야 할 규범과 관습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다이애나는 그 어떤 말도, 행동도 자율적으로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으며, 심지어 입는 옷조차 시간표와 함께 전달됩니다.
왕실은 매우 절제된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인물들은 말을 아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철저하게 통제된 언어와 몸짓 속에 갇혀 있습니다. 이 설정은 다이애나의 자유로움, 감성적 표현, 모성애와 끊임없이 충돌하게 됩니다. 그녀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뛰놀고 싶어 하지만, 왕실의 질서 속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그녀가 사냥터에 강제로 동행하고, 죽은 꿩을 보며 괴로워하는 장면입니다. 이는 왕실이 요구하는 ‘역할 수행’과 그녀의 인간적 감정 사이의 충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또한 왕실 내부 인물들의 반응은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다이애나의 고통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듣지 않으며, 그녀가 겪는 공황은 ‘감정 과잉’으로 치부됩니다. 이는 시스템이 인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무시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결국 영화 속 왕실은 무너뜨릴 수 없는 권위가 아니라, 시대에 뒤처진 관습의 덩어리로 묘사되며, 다이애나의 자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기능합니다.
환상: 상징과 비유로 표현된 해방 서사
영화 '스펜서'의 가장 독창적인 구성 요소는 ‘환상’입니다. 감독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이애나의 내면을 환영과 상징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그녀의 고통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앤 불린의 환영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앤 불린 은 헨리 8세의 두 번째 부인으로, 결국 정치적 이유로 처형된 인물입니다. 다이애나는 이 환영을 통해 왕실 내 여성의 희생과 반복되는 억압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다이애나가 처한 운명이 이미 역사 속에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한 비극적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다이애나가 폐허가 된 옛 집을 찾아가는 장면은 자아 회복을 위한 여정으로 해석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과거의 자신, 소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정체성을 다시 붙잡으려 합니다. 이 장면은 현실에서 벗어난 공간이지만, 그녀의 진실한 자아가 가장 가까운 장소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차를 몰고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현실적인 장면을 선택함으로써 환상에서 벗어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 또한 ‘진짜 현실’이라기보다는 그녀가 꿈꾸던 자유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실과 환상이 모호하게 교차하며,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억압하는 세계에서 탈출한 듯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스펜서는 환상과 상징, 은유를 통해 다이애나의 해방 서사를 구성합니다. 이는 단지 스토리의 장치가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고통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연출 방식입니다.
스펜서는 다이애나의 삶을 단순히 재현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심리적 묘사, 왕실 시스템에 대한 상징적 비판, 환상을 통한 내면 서사를 결합하여 한 여성의 자유와 해방의 과정을 예술적으로 그려냅니다. 화려한 왕실 뒤편에 가려진 인간적 고통과 정체성의 위기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면, 스펜서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입니다. 이 글을 통해 영화의 심층적인 해석을 경험하고, 스펜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