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삶의 목적은 '대단한 무엇'이 아닐 수도 있다.
2. 자아 찾기: 성취와 목표만으로 완전한 삶이 되지 않는다.
3. 살아 있음은 작은 감각과 순간에 존재한다.

개요 : 애니메이션 · 미국 / 107분
개봉 : 2021. 01. 20
감독 : 피트 닥터
주연 : 제이미 폭스(조 가드너 목소리), 티나 페이(22번 목소리), 다비드 딕스(파울 목소리) 등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Soul)'은 평범한 판타지나 가족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삶의 본질, 존재의 의미, 그리고 ‘나는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조 가드너와 22번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성취 중심 사회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 감각,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삶이 버거울 때 ‘소울’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와 메시지를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삶의 목적은 '대단한 무엇'이 아닐 수도 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평생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꿨고,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는 자신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순간에만 진짜 삶을 산다고 생각했으며,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준비’ 혹은 ‘낭비’라고 여긴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하고, '태어나기 전 세상(You Seminar)'에서 만나게 된 22번 영혼과의 여정을 통해 조는 점점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22번은 오히려 지구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고, 특별한 재능이나 목적이 없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조의 몸속에 들어가 처음 겪는 일상의 감각들인 피자의 맛, 가을바람, 지하철 연주자,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등은 그녀에게 ‘살고 싶다’는 감정을 심어준다. 조는 이를 보며 자신이 오히려 인생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삶의 목적은 꼭 특별하거나 대단해야만 할까?" 이는 경쟁 중심 사회 속에서 ‘성과’나 ‘성과물’만을 삶의 가치로 여겨왔던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중요한 건 무대 위의 순간만이 아니라, 그 순간으로 이어지는 모든 일상의 조각들이라는 사실이다. 소울은 삶이란 결과가 아니라 감각과 경험의 연속이며, ‘살아있다’는 느낌 자체가 곧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아 찾기: 성취와 목표만으로 완전한 삶이 되지 않는다.
조 가드너는 오랜 시간 자신이 생각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늘 ‘진짜 삶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느끼며, 무대에 오르는 날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유명한 재즈 뮤지션 도로시아 윌리엄스와 공연하게 된 그는 꿈을 이룬 것 같았지만, 그날 밤 그녀에게 "그러고 나서도 삶은 그냥 계속돼"라는 말을 듣는다. 그 순간 조는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꿈을 이뤘는데 왜 나는 여전히 비어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대 사회에서 성취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 역시 목표를 이루면 모든 것이 완성될 거라 믿지만, 막상 그 순간이 와도 행복은 짧고, 일상은 다시 반복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진짜 질문을 던진다. 목표는 삶의 일부일 뿐,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이다. 조는 22번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길거리의 음악, 엄마와의 대화, 바버숍에서의 수다, 어린 시절 혼자 재즈를 들으며 꿈을 키우던 기억 등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그를 살아가게 한 힘이었다. 영화는 우리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더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전한다. 삶은 성취가 아닌, 감정과 관계, 그리고 일상의 쌓임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조의 변화된 시선을 통해 깨닫게 된다.
살아 있음은 작은 감각과 순간에 존재한다.
소울의 감정적 정점은 조가 피아노 앞에 앉아, 22번이 지구에서 느낀 소소한 경험들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가을 낙엽, 거리의 냄새, 빛이 스며드는 오후,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등 그는 그 순간들 속에 진짜 ‘삶의 감각’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전까지 조는 삶을 거대한 무대처럼 여겼고, ‘특별한 순간’만을 가치 있게 여겨왔다. 그러나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 아주 사소한 감각들 속에야말로 삶의 본질이 숨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동안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영화는 말한다. 바람이 불고, 커피 향이 퍼지고, 누군가 미소 지어줄 때 그 순간이 바로 ‘삶’이라고. 22번은 바로 그런 감각 덕분에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조는 그런 일상의 의미를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본다. 이는 일상 속에서 삶의 진짜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소울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아직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껴질 때, 오히려 우리는 가장 ‘살아있는’ 상태일 수 있다는 깊은 통찰을 전한다.
소울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감각과 감정에서 찾는다. 이 영화는 성과주의에 지친 현대인에게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조의 여정을 통해 우리 모두는, 삶은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