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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멤버'가 던진 묵직한 질문(복수, 심리, 경계선)

by Seulgirok 2025. 12. 1.
 
 

목차

1. 반전으로 쌓아 올린 복수극의 서사 구조

2. 치매라는 장치로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적 복잡성

3. 리멤버가 던지는 정의와 윤리의 경계선

 

영화 리멤버 포스터
영화 리멤버

 

개요 : 드라마 · 대한민국 / 128분

개봉 : 2022. 10. 26

감독 : 이일형

주연 : 이성민, 남주혁 등

 

2022년 개봉한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노년의 치매 환자가 60년 넘게 간직해 온 복수의 기억을 바탕으로, 개인의 정의 실현을 향한 집념을 그린 감성 스릴러다. 겉으로는 치밀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역사적 상처, 심리적 갈등, 그리고 윤리적 물음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리멤버의 줄거리와 플롯, 주인공의 심리 구조, 그리고 이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반전으로 쌓아 올린 복수극의 서사 구조

 

영화 리멤버의 핵심은 '복수'라는 고전적인 플롯에 있다. 하지만 단순한 사적 복수극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연쇄적인 응징이자 역사적 맥락 위에서 작동하는 복수다. 주인공 필주는 아내를 잃고, 가족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친일 인사들을 처단하려는 계획을 60년 넘게 준비해왔다. 그는 치매 판정을 받은 직후,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이 복수를 완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처럼 시간의 제약과 병이라는 설정은 이야기 전개의 긴박함을 극대화한다. 단순히 나쁜 사람을 벌주는 데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일을 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 복수를 감행하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서사적 장치가 들어간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반전은 관객이 지금까지 믿어온 정보가 틀렸다는 점을 드러내며 서사의 중심축을 흔들고, 복수가 과연 정의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자극적 쾌감이 아닌, 질문을 남기는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깊은 여운을 준다. 리멤버는 복수라는 익숙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복잡한 플롯과 반전을 통해 관객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치매라는 장치로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적 복잡성

 

필주라는 인물은 단순히 복수심에 사로잡힌 노인이 아니다. 그는 치매라는 현실적 질병을 앓고 있으며, 이 병은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가 '기억을 잊기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로 복수를 선택했다는 설정은, 인간 존재의 정체성이 얼마나 기억에 의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기억을 상실해 가는 중에도 타깃의 얼굴과 이름, 가족이 겪은 고통은 결코 잊지 않는다. 이는 그가 지닌 복수의 감정이 단순한 감정적 분노가 아닌,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신념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필주의 상태를 연민이나 불쌍함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병을 인지하며 그것조차 복수의 도구로 활용한다. 필주는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계획적이며, 처형 방식에서도 철저한 통제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속된 고통, 상실, 죄책감이 쌓여 있다. 그는 복수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려 하고, 그것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기억 속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이처럼 치매라는 설정은 단순한 드라마적 요소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복수가 갖는 심리적 무게를 드러내는 강력한 서사 장치로 작동한다.

 

 
 

리멤버가 던지는 정의와 윤리의 경계선

 

리멤버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있다. 필주의 복수는 명백히 불법적이며, 개인이 감정적으로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방식은 법치주의 관점에서 옹호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필주의 선택에 감정적으로 동조하게 만든다. 이는 단지 인물에 대한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겨냥하는 타깃들은 일제강점기 조국과 동포를 배신한 친일파들이며, 해방 후에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떵떵거리며 살아온 이들이다. 필주의 복수는 역사적 정의를 대신 실현하는 ‘사적 정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화는 이를 단정적으로 옳다거나 틀렸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의는 왜 국가가 아닌 개인이 실현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그에 대한 답을 관객에게 묻는다. 관객은 그 답을 쉽게 내릴 수 없으며, 그것이 바로 리멤버가 갖는 윤리적 복잡성이다. 정의와 복수, 진실과 처벌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이 영화는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가슴에 남기며,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영화 '리멤버(2022)'는 복수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고전적인 플롯에 치매라는 현대적, 심리적 장치를 더해 더욱 깊이 있는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단지 복수극을 넘어선 이 영화는, 정의란 무엇인가, 기억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영화를 본다면, 당신은 그 질문 앞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