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 미국 / 139분
개봉 : 2021. 12. 08
감독 : 아담 맥케이
주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살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스콧 메스쿠디 등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현대 사회의 정치, 미디어, 과학의 기능 부재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인간이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영화는, 지구 멸망이라는 극단적 설정을 통해 현실 세계가 가진 모순과 허상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요약은 물론, 상징과 메시지, 결말이 가진 의미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글을 써보려 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과 영화 흐름
미국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 박사 과정 대학생인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가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지도교수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곧 이 혜성이 약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산해 내는데, 크기가 에베레스트 크기로 인류가 멸종할 수준이었다. 그들은 NASA 지구방위합동본부 수장 '테디 오글소프(롭 모건)'박사와 함께 대통령인 '올리언(메릴 스트립)'을 찾아갔지만 대통령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조나 힐)'은 바쁘다며 기다리라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통령을 만나 상황을 설명해 주지만 상황의 중대성을 모르고 기다려 보자는 식이고 백악관 관계자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미루자 결국 '민디'박사와 '케이트'는 위기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주고자 '브리(케이트 블란쳇)'과 '잭(타일러페리)'의 인기 방송 토크쇼 '더 데일리 립'에 출연하게 된다. '브리'와 '잭'은 '민디'박사와 '케이트'의 말을 유머나 재치로만 흘려 넘겨버리고 인류의 운명이 달려있는 심각한 이슈를 가볍게 포장해 버린다. 이에 폭발한 '케이트'는 생방송 중 욕을 하며 스튜디오를 나가버린다. 이 프로그램 출연 후 '케이티'는 SNS의 밈으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며칠 후 대통령은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지지율을 다시 올리기 위해 혜성과 지구 충돌이라는 외부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지구의 멸망을 막은 대통령으로 홍보하려 한다. 그리하여 대통령은 핵폭탄을 실은 위성을 쏘아 올려 혜성의 궤도를 바꾸겠다고 발표하여 우주선을 보낸다. 그런데 우주선은 출발 직후 회항한다. 그 이유는 혜성에는 세계에서 가장 값진 희귀 광물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140조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크 대기업 BASH의 CEO '피터'는 혜성을 30여 개로 작게 나누어 지구에 착륙시키고 자원을 채취하자 한다. '민디'박사는 점차 체제에 순응하며 방송에 얼굴을 자주 비추고 그간의 과학적 신념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반면 '케이트'는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채 사회에서 낙오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는 분열된다. 시민들은 '돈룩업'파와 '룩업'파로 나뉘게 된다. '돈룩업'파는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로서 혜성의 위험성을 부정하고 상업적 가치를 인정하였고, '룩업'파는 정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로서 혜성의 위험성을 인정하였다. 결국 정부가 밀어주던 '배시'의 탐사 드론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행성은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 '민디'와 가족들, '케이트'와 남자친구가 된 '율(티모시 살라메)'은 저녁 식사를 하며 지구 마지막 날을 맞이한다. 그 순간 혜성은 대디권을 뚫고 지구에 충돌하며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
(+이 영화의 2개의 쿠키영상 내용)
첫 번째 쿠키영상은 BASH사에서 작전이 실패하자 재빨리 우주선을 타고 도망친 CEO '피터'와 대통령, 부유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에 착륙한다. 그곳에서 대통령은 내리자마자 어느 외계 생명체에게 잡아 먹힌다. '배시'는 그 동물을 아마도 '브론테록'일 거라고 말하는데, 예전에 지구에서 '배시'회사의 프로그램으로 사람의 운명을 알아봤을 때 대통령이 '브론테톡'에게 잡아먹힐 거라 나왔었다.
두 번째 쿠키영상은 지구 멸망 후, 잔해 속에서 살아남은 대통령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이 셀카를 찍어 지구 최후의 생존자임을 자랑하면서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대사와 함께 엄마를 찾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 속 상징과 핵심 메시지
영화 <돈 룩 업>은 다층적인 상징이 가득한 영화다. 가장 큰 상징은 '혜성'이다. 이는 기후변화, 코로나19, 핵전쟁 등 인류가 무시하거나 회피해 온 위기의 대명사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정치적으로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는 것이다. 또한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캠페인은 대중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가짜뉴스, 음모론, 정치적 선동의 위험성을 상징하며,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진실은 쉽게 묻혀버린다는 냉혹한 현실을 고발한다. 미디어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되는 축 중 하나다. 과학자들이 지구 멸망을 외치는데도, 방송은 이를 연예 뉴스처럼 다루고 시청률 중심으로 편집해 버린다. 이는 현대 언론이 얼마나 상업화되었고,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어졌는지를 풍자한다. 주인공 '민디'박사가 방송 중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과학자들의 절박함과 외침이 무시되는 현실을 대표한다. 또한 극 후반 가족과 조용한 마지막 만찬을 함께하는 장면은, 우리가 소중한 것을 뒤늦게야 깨닫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학과 진실보다 감정과 자극을 소비하는 대중문화의 병폐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결말이 주는 의미와 교훈
영화의 결말은 희망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절망을 보여준다. 결국 인류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자본과 정치의 판단은 파국을 초래한다. 이 결말은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부유층이 우주로 탈출하지만 2만 년 후 외계행성에서 정체불명의 생물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은, 인간의 오만함과 시스템의 자기 복제 한계를 상징한다. 이는 과학의 오용과 자본의 독점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지 못함을 의미하며, 결국 인간은 어디서든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가 사회적 책임과 집단적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자각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 수많은 혜성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사회 분열에 대해 다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돈 룩 업>은 풍자와 유머 속에 인간 사회의 무지와 위선을 강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줄거리, 상징, 결말 모두 현실을 반영한 날카로운 메시지로 가득하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과학과 진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이 영화의 외침은,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 속 경고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뻔한 지구멸망 이야기인가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매우 신선했다. 이렇게 비판하고 비꼬아서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컸다. 웃기면서 슬프기도 했고 결말을 보면서 만약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과연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실을 ‘올려다볼’ 용기를 가질 수 있길 바라보며 아직 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영화 '돈 룩 업'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