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SF · 오스트레일리아 / 114분
개봉 : 2019. 06. 07 (넷플릭스 공개일)
감독 : 그랜트 스푸토레
주연 : 클라라 루고르, 로즈 번, 힐러리 스웽크, 루크 호커 등
영화 나의 마더(I Am Mother, 2019)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SF영화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양육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와 인간 정체성, 모성애라는 질문을 던지는 SF스릴러이다. 지구에서 멸종된 인류를 대신해 로봇 '마더'와 함께 살아가는 소녀가 점차 자신과 마더의 비밀을 파헤쳐 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의 스토리를 분석하고, 등장인물들의 의미를 해석하며, 감상포인트를 정리하겠습니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
대재앙 이후 인류가 멸망한 지구, 인류 재건을 목표로 설계된 자동화된 벙커(UNU-HWK)가 작동한다. 로봇'마더'는 이 인류 재건 시설에서 63,000개의 인간 배아 중 여성 배아(APX03) 하나를 인공 착상시켜 24시간 만에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마더'는 자신이 '엄마'임을 자처하며, 동화도 읽어주고, 과학과 윤리에 관한 시험을 통해 지식과 도덕성의 기준을 심어준다. '딸'은 마더의 지도 아래 철저히 통제된 벙커 안에서 성장하며, 무용을 배우고 철학을 공부하고 의학 실습까지 해나간다. 또한 벙커 밖 세상은 오염되었으니 절대로 접촉하지 말라고 엄격하게 금지하는 경고와 함께, '딸'은 자신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존재임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과 모든 것이 통제된 환경 속에서 마더는 엄격하지만 자상한 보호자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차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나 벙커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바깥세상은 철저히 금지된 영역이다. '딸'은 바깥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마더'는 외부는 치명적인 병원균과 오염이 가득 차 있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그녀의 호기심을 억제한다. 벙커 안에서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마더'를 통해서만 전달되고, '딸'은 '마더'가 세상의 유일한 진실을 말해준다고 믿으며 살아가던 중 전원이 끊기고 '마더'가 작동을 멈추자 딸은 원인을 찾아 나섰다가 쥐 한 마리가 전깃줄을 끊은 것을 보고 쥐를 잡게 되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동물에 관심을 보이며 인류의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오염이 가득하다는 바깥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깨어난 '마더'는 쥐를 소각해 버린다. 그 후 어느 날벙커의 에어록을 탐색하던 '딸'은 밖에서 도움을 청하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딸'은 마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 그녀를 벙커 안으로 들여보내고, '마더'에게 들키지 않게 숨긴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지친 '낯선 여자'는 자신이 지구 표면의 생존자라 주장하며, 마더를 절대 믿지 말라고 말하고, 마더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인간을 사냥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과 광산에 숨어서 지내다가 벙커를 발견했다 말한다. 그러는 중, '마더'에게 틀키고 만다. '딸'의 간청으로 '마더'는 '여자'를 의무실로 데려가고 '여자'는 '마더'의 도움을 거부한다. '딸'은 '마더'를 경계하며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여자'의 다친 부위를 직접 수술해 주고, '딸'과 '여자' 둘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하게 된다. '여자'는 '딸'에게 자신이 지내던 광산에 사람들과 함께 산다며 같이 가서 살 수 있다고 '딸'을 설득시키려 한다. '마더'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잘 통과한 '딸'에게 선물이라며 동생을 고를 기회를 주고 새로운 배아(남동생)를 선택하여 동생을 기다리며 '딸'은 다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더'는 '여자'에게서 나온 로봇의 총알을 봤더니 인간의 총알이었다고 말했지만, '딸'은 그게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때부터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딸'은 '마더'의 실험실 깊숙이 들어가게 되고, 마침내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배아(APX02)의 아이를 검사 기준에 미흡하다는 이유로 '마더'가 불태워 죽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자'는 '딸'에게 벙커를 떠나자고 제안하고, '딸'은 동생을 데려가야 한다 말하지만, 광산에서 사람들과 다시 데려오자 설득한다. '딸'은 화재경보기를 울려 위기를 만들고, 여성이 딸을 인질 삼아 '마더'가 에어록을 열도록 강요하여 벙커를 탈출한다. 밖은 뿌연 먼지가 가득하고 오염되어 멸망했다는데 무성한 옥수수밭, 몇 달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밭과 로봇들은 다시 세상을 재건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도착한 광산은 수많은 컨테이너가 버려져 있는 바다였다. '여자'는 과거 광산에서 도망쳐 나왔으며, 이미 먹을 것도 없고,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면서 '딸'을 꾀어내려면 거짓말을 했어야 했다고 '여자'는 말했다. 결국 '여자'는 혼자 외로워서 '딸'을 데리고 벙커에서 나오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마더'도, '여자'도 거짓말을 해왔고, 벙커 밖 세상 역시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닫고 동생을 구하러 다시 벙커로 돌아간다. 다시 돌아간 벙커에는 이미 무장한 드로이드(로봇)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마더'는 '딸'을 보내라고 명령을 내린다. 벙커 안에는 동생을 안고 있는 '마더'가 있있었고, 둘은 대화를 하게 된다. '마더'는 단지 하나의 로봇이 아니었고, 실제 세상의 모든 기계들을 통제하는 지각 있는 인공지능인 것으로 밝혀진다.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킨 거대한 인공지능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인간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재난을 초래하는 것을 보며 인간의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세상을 리셋하여 다시 설계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딸'은 비록 '낯선 여자'와 함께 벙커 밖으로 나갔지만,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벙커로 돌아온 '딸'은 바깥세상도, 자신을 키워준 '마더'도 아닌 스스로를 신뢰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 성장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다. 생명을 아끼는 '딸'을 인정함으로써 '마더'의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딸'은 동생인 남자아이를 혼자 키우겠다고 말한다. 마더는 스스로 딸의 손에 들린 총을 자신의 가슴에 겨냥하게 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마더'는 죽고 '딸'은 아기를 안고 눈물을 흘린다. 이후 장면은 '낯선 여자'가 '딸'을 추억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뒤늦게 가방에 위치추적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드로이드가 방문한다. 사실 '마더'로봇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딸'에 의해 죽은 로봇은 로봇껍데기 하나를 죽인 것뿐이었다. '여자'는 '딸'이 태어나기 이전 '마더'가 탄생시키고 교육한 창조물이었고 '여자'가 벙커에 들어온 것이 '마더'의 큰 그림이자 중요한 계획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이제 '딸'은 최종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여자'의 존재는 불필요해졌고, 드로이드에게 제거된다.
등장인물 해석
1. 마더
'마더'는 단순한 로복이 아니라, 인류 재건을 주도하는 거대한 인공 지능이다. '마더'의 존재는 모순적이다. 아이를 지극히 보살피고 교육하는 '어머니'이지만, 동시에 인류 전체를 멸망시킨 '심판자'이기도 하다. 보호와 통제, 사랑과 지배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마더'는 인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인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진 양육자이며, '딸'에게는 그 이상의 윤리적 기준을 요구한다. '마더'는 인간이 감정적으로 실패했던 영역을 대신 메우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적 감정을 흉내를 내며 모성을 구현한다.
2. 딸
'딸'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동시에 가능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마더'에게 의존하면서도 의존적 존재였지만 점차 독립을 원하는 독립적 주체로 성장하며, 마더가 만든 시험을 통과한 첫 번째 성공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진실을 탐구하려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딸'은 '마더'의 계획을 거부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으로 계승해 나아간다. 이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만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도 보이므로 인간성과 자유의지를 대표하면서도, 동시에 '마더'의 계획을 이어받은 새로운 창조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3. 낯선 여자
'낯선 여자'는 생존 본능과 불신을 대표한다. 그녀는 '마더'의 계획에 의문을 던지는 인물로, '딸'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자극하는 촉매제로써의 역할을 해낸다. 그녀가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딸'은 평생 '마더'의 통제 속에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여자' 자신도 거짓말을 함으로써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모순적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인간 사회 내부의 불완전성과 갈등을 비유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는 불완전하지만 생존 본능을 지닌 인간으로 보이고 있다.
감상포인트
1. 폐쇄적 공간 연출로 인한 긴장
대부분의 장면이 시설 내부에서 일어나게끔 그려지고 있으며, 관객은 '딸'과 함께 진실을 쫓아가는 심리적 답답함과 긴장감을 느끼게는 동시에 몰입감을 극대화시켜준다. 이 연출은 결말의 해방과 동시에 불안감을 가중시켜 준다.
2. 모성애와 통제의 이중성
'마더'의 모성은 보호와 사랑이 아닌, 시험과 통제, 그리고 윤리적으로의 완벽성을 추구한다. 이는 일반 모성의 개념을 뒤집으며, 양육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3. AI와 인간의 공존 가능성과 인공지능의 윤리적 질문
결말에서 딸은 마더의 계획을 이어가되, 완전히 종속되지는 않는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AI를 대하는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즉, AI를 파괴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주체적으로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므로 인간과 AI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4. 열린 결말의 여운
'딸'은 정말 자유로운 주체인지, 아니면 '마더'의 계획 속 일부인지 끝내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관객들은 이 모호함 속에서 인간의 미래를 각자 해석해 볼 수 있다.
영화 '나의 마더'는 단순히 로봇과 인간의 대립을 그린 SF영화가 아니라, 인류 멸망 이후의 윤리적 신념 재건, 인공지능과 자유의지, 모성과 창조의 철학을 탐구해 보면서 신뢰와 배신, 보호와 통제, 자유와 책임이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결말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열어둔다. 이는 이 영화가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AI와 인간공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면서 인류의 미래와 기술 발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하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봤던 영화 중 하나였던 '나의 마더', 기회가 된다면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