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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건축학 개론' (회상, 상징, 여백)

by Seulgirok 2025. 12. 7.
 
 

목차

1. 회상: 과거와 현재의 서사 구조

2. 상징: 건축과 공간의 은유

3. 여백: 말하지 않은 감정의 힘

 

영화 건축학 개론 포스터
영화 건축학 개론

 

개요 : 멜로/로맨스 · 대한민국 / 118분

개봉 : 2012. 03. 22

감독 : 이용주

주연 : 엄태웅(현재 승민), 한가인(현재 서연), 이제훈(과거 승민), 수지(과거 서연), 조정석(납뜩이), 유연석(재욱) 등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은 단순한 멜로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사랑의 기억을 현실로 소환하는 서사 구조,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상징적 연출, 공간과 시간 속 여백을 활용한 감정의 흐름 등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회상’, ‘상징’, ‘여백’이라는 키워드로 나누어 분석하고, 왜 건축학개론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무는 작품이 되었는지 살펴봅니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회상: 과거와 현재의 서사 구조

 

건축학개론의 가장 큰 특징은 ‘회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중 서사 구조입니다.
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서연(한가인)이 건축가 승민(엄태웅)을 찾아오며 시작되지만, 곧바로 과거의 대학 시절로 전환됩니다. 젊은 시절의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은 건축학개론 수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고, 차츰 미묘한 감정을 쌓아갑니다.
이 회상 구조는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 속 첫사랑이 얼마나 왜곡되고, 이상화되며, 동시에 아련한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특히 관객은 ‘현재’의 건조한 관계를 보면서, 점점 ‘과거’의 따뜻하고 풋풋했던 시간으로 빠져들게 되며, 이 감정의 간극은 '첫사랑이 갖는 본질적 속성인 ‘돌이킬 수 없음’을 더욱 강조하게 됩니다.
회상은 때론 정확하지 않고, 이상화되기도 하며, 감정적으로 채색됩니다. 감독은 이 점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여, 관객에게도 자신의 첫사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몰입을 유도합니다.
또한 영화는 플래시백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고 절제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구조를 통해 첫사랑의 의미를 재구성합니다.

 

 
 

상징: 건축과 공간의 은유

 

이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은 ‘건축’이라는 상징적 매개체입니다. 제목 자체가 ‘건축학개론’이듯, 이 영화는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건축이라는 작업 자체를 통해 억, 시간, 관계, 삶의 구조를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영화 속에서 승민은 서연의 의뢰로 제주도의 집을 설계하게 됩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감정을 설계하고 재건축하는 과정의 은유입니다.
건축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예술입니다. 설계도는 계획을 뜻하지만, 완성된 구조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첫사랑과도 같습니다.
또한, 영화 속 집은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바닷가 풍경, 목재의 따뜻함,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등은 기억 속 아련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영화 후반, 승민이 설계한 집을 완성한 뒤, 서연이 그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은 첫사랑의 종착점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건축은 단지 직업적 설정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기억을 짓고, 허물고, 다시 세우는 메타포로 사용되며, 감정과 구조가 하나 되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냅니다.

 

 
 

여백: 말하지 않은 감정의 힘

 

건축학개론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백의 미’입니다. 이 영화는 감정을 과도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은 말을 아끼고, 표현은 절제되어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도 침묵이 흘러갑니다.
특히, 과거의 승민이 서연에게 고백하지 못한 채 멀어지는 장면이나, 현재의 서연이 승민에게 묻지 못한 질문을 삼키는 장면은 말보다 더 큰 감정의 울림을 줍니다.
이러한 여백은 관객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구조이며, 모호함 속에서 더 큰 몰입과 감정을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합니다.
또한, 여백은 ‘공간’ 속에도 존재합니다.
서연의 제주 집은 여백이 많은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그 공간에 머무는 인물은 스스로 과거를 되짚고, 감정을 정리하게 됩니다. 이는 물리적 여백이 곧 감정의 여백으로 이어진다는 영화적 연출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음악 또한 여백을 돋보이게 합니다. 유희열이 작곡한 메인 테마는 절제된 피아노 선율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히려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기에 더 오래 남는 감정을 설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회상’이라는 시간의 구조, ‘건축’이라는 상징적 매개, ‘여백’이라는 감정의 미학을 통해 첫사랑의 기억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멜로를 넘어서는 이유는, 사랑을 짓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건축과 감정을 연결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당신 마음 속에도 허물지 못한 오래된 집 한 채가 있다면, 이 영화를 다시 한번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구조는 지금도 유효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