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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승'을 통해 보는 패배와 존엄, 지속

by Seulgirok 2025. 12. 24.
 
 

목차

1. 패배: 지는 것이 아니라 지는 상태가 고착되는 현실

2. 존엄: 이기지 못해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유

3. 지속: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선택

 

영화 1승 포스터
영화 1승

 

개요 : 드라마 · 대한민국 / 107분

개봉 : 2024. 12. 04

감독 : 신연식

주연 : 송강호(김우진), 박정민(강정원), 장윤주(강채리), 이민지(이한나) 등

 

영화 '1승(2024)'은 승리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팀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영화이지만, 이 작품의 본질은 경기 결과가 아니라 패배를 반복하는 인간이 어떤 태도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지를 묻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기존 스포츠 영화가 흔히 선택하는 역전과 우승의 서사를 의도적으로 비껴가며, 오히려 이기지 못하는 상태가 일상이 된 사람들의 시간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1승은 단 한 번의 승리를 목표로 삼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승리의 쾌감이 아니라 패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존엄과 지속의 문제다. 이 글에서는 영화 1승의 줄거리를 단순한 스포츠 서사가 아닌 패배의 구조와 그 안에서 유지되는 인간의 태도를 중심으로 해석하며, 이 작품이 왜 지금의 한국 사회와 강하게 맞닿아 있는지를 분석한다.

(*영화 내용 및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음)

 

 
 

패배: 지는 것이 아니라 지는 상태가 고착되는 현실

 

영화 1승에서 패배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상태다. 이 영화 속 팀은 실력이 부족해서만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열악한 지원, 무관심한 환경, 반복되는 좌절 속에서 패배는 이미 예정된 결과처럼 작동한다. 영화는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경기에서 지는 장면보다 더 길게 묘사되는 것은 패배 이후의 시간이다. 라커룸의 침묵, 의미 없는 인터뷰,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반복된다. 1승은 패배를 극복의 출발점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패배가 일상이 된 상태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유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패배는 개인의 노력으로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패배는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개인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선수들은 왜 계속 뛰어야 하는지, 감독은 왜 이 팀을 맡아야 하는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는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1승은 이 반복을 통해 패배가 인간을 무너뜨리는 방식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간을 버티게 만드는 방식도 함께 보여준다. 패배는 자존감을 갉아먹지만,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 영화는 패배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제시하며,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층위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존엄: 이기지 못해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유

 

1승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존엄이다. 이 영화는 승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엄이 어떻게 위협받는지를 보여준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쉽게 조롱의 대상이 되고, 선수들은 숫자로 환원되며, 감독의 선택은 결과로만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점점 지워진다. 그러나 1승은 이 존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훈련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서로를 무시하지 않으려는 노력, 패배 이후에도 경기장을 정리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장면들은 승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인간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작용한다. 1승은 존엄을 거창한 선언이나 영웅적인 행동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는 태도에서 존엄을 발견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존엄은 이겼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감독과 선수들이 보여주는 작은 선택들은 모두 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이 영화는 존엄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지는 팀에도 존엄은 존재하며,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서 드러난다.

 

 
 

지속: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선택

 

1승이 말하는 지속은 흔히 말하는 끈기나 인내와는 다르다. 이 영화에서 지속은 희망에 근거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사라진 상황에서 남아 있는 행동이다. 선수들과 감독은 더 나은 미래를 확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 팀에 남아 있고, 계속 경기에 나선다. 이 지속은 낭만적이지 않다. 반복되는 패배 속에서 지속은 점점 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1승은 바로 이 지속의 무게를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는 지속을 미화하지 않고, 지속이 요구하는 감정적 비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은 의미를 갖는다. 지속은 포기가 아닌 선택이며, 그 선택은 스스로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선언이다. 1승은 지속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실패 속에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스포츠를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지속은 반드시 보상을 약속하지 않지만, 지속하지 않을 때 사라지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1승은 단 한 번의 승리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승리가 오기 전까지 스스로를 잃지 않고 남아 있는 시간이다. 이 영화에서 지속은 결과를 기다리는 행위가 아니라,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태도다.

 

영화 '1승'은 승리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패배가 일상이 된 세계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살아남는지를 묻는 이야기다. 패배는 구조적인 현실이며, 존엄은 결과와 무관하게 지켜야 할 가치이고, 지속은 희망이 아니라 선택이다. 1승은 이 세 가지를 통해 승리의 정의를 다시 쓴다. 이 영화에서 진짜 승리는 점수판에 기록되지 않는다. 진짜 승리는 패배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타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끝내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 태도에서 완성된다. 1승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말한다. 이기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승리라고 말이다.